✈️ 올여름, 외국인은 경복궁을 보러 오지 않는다 — Woody Magazine, 2026년 6월 18일
올여름, 외국인은 경복궁을 보러 오지 않는다
사상 첫 2,200만 명 전망 — 그들이 한국에서 진짜 찾는 건 사주, 등산, 그리고 때밀이다
원화가 약합니다. 우리에게는 해외여행 경비가 무거워졌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반대편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외국인에게 한국은 갑자기 싼 나라가 됐습니다.
지난 6월 10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올해 한국을 찾을 외국인을 2,200만 명으로 전망했습니다. 사상 처음 2,200만 선을 넘는 숫자입니다. 같은 보고서는 우리 국민의 해외 출국이 오히려 1.8% 줄어들 것으로 봤습니다. 들어오는 사람은 사상 최대, 나가는 사람은 감소. 여행의 방향이 뒤집혔습니다.
그런데 정작 흥미로운 건 숫자가 아닙니다. 그 2,200만 명이 한국에서 무엇을 하느냐입니다.
면세점에서 골목으로
답부터 말하면, 그들은 경복궁을 보러 오지 않습니다. 적어도 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대형 버스에서 내린 단체 관광객이 면세점으로 직행하던 풍경은 옛일이 됐습니다. 지금은 지도 앱을 켜고 다이소와 올리브영, 박물관 기념품점을 혼자 누비는 개별 여행객이 다수입니다. 2025년 1분기 개별 관광객 비중은 82.9%까지 올랐습니다. 단체에서 개별로 옮겨 가자 동선도 면세점에서 골목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들이 찾는 건 명소만이 아닙니다. 한국인의 평범한 하루입니다. 환율은 그들의 지갑을 가볍게 했을 뿐, 한국으로 부른 건 드라마와 아이돌, 그리고 SNS였습니다.
첫 번째, 사주
정말 사주를 볼까. 봅니다. 미국 아티스트 조이 번치는 일주일 한국 여행 중 홍대의 한 사주카페를 찾았습니다. 생애 첫 사주였습니다. 아이돌 그룹 제로베이스원이 사주 보는 영상을 보고 궁금해졌다고 했습니다. 30분 동안 명리학자는 번치의 일과 연애를 풀었습니다. 아무 정보도 주지 않았는데 아버지와의 관계를 짚자, 번치는 "오, 이건 꽤 맞네"라며 놀랐습니다. The Korea Herald가 현장에서 기록한 장면입니다.
한두 사람의 일이 아닙니다. 명동과 홍대의 사주카페는 영어·일본어·중국어 간판을 내걸고 외국인을 받습니다. 외국어에 능한 사주가를 두거나 통역을 붙입니다. 여행 플랫폼 '코리아 트래블 이지'는 2020년부터 외국인 전용 사주 예약을 운영합니다. 한 일본인 회사원은 사흘 일정에 성수동 쇼핑과 피부과, 그리고 사주를 넣었습니다. 한국에서 사주를 본 게 그날로 세 번째였습니다.
사주는 점집의 신내림과 다릅니다. 태어난 연·월·일·시로 풀이하는 명리학입니다. 30분에 3만~8만 원, 음료가 따라 나옵니다. K팝과 K푸드 다음은 'K점술'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두 번째, 산
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한국 국립공원을 찾은 외국인은 205만 명이었습니다. 북한산은 내·외국인을 합쳐 한 해 753만 명이 찾아 전국 국립공원 1위에 올랐는데, 그 정상에서 외국인을 마주치는 일이 부쩍 흔해졌습니다.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를 찾는 사람 셋 중 하나가 외국인이고, 올봄 '서울하이킹위크'의 외국인 참가자는 1년 만에 105.9% 늘었습니다.
이유가 뜻밖입니다. 곰도 독사도 없고, 산속 어디서나 휴대전화가 터집니다. 한국인에게는 너무 당연해서 장점인 줄도 몰랐던 것들입니다. 정상에서 막걸리에 김밥과 오이를 곁들이는 하산 코스는 이미 외국인 사이의 정석이 됐습니다.
세 번째, 절
산을 넘으면 절이 있습니다. 지난해 템플스테이를 찾은 외국인은 5만 5,515명으로, 역대 최다였던 2019년 기록마저 넘어섰습니다. 새벽 예불과 발우공양, 108배. 한국인도 일부러 찾지는 않는 수행이 외국인에게는 명상이자 '디지털 디톡스'로 다가갑니다. 올 5월 할인 프로그램은 예약자의 67%가 2030세대였습니다. 호텔 대신 산사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템캉스(템플+바캉스)'라는 말까지 생겼습니다.
네 번째, 때밀이
가장 의외인 건 때밀이입니다. 미국 CNN은 40분짜리 한국식 '세신'과 까끌까끌한 이태리타월에 기사 한 꼭지를 통째로 할애했습니다. 태국에서 온 한 관광객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NCT Wish가 찜질방에서 노는 영상을 보고 직접 누우러 왔습니다. 라운지에서 라면과 계란을 먹으며 "화면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숫자도 이를 받칩니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흥행한 뒤 예약 플랫폼 클룩에서 찜질방 스크럽·사우나 예약이 11% 늘었습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의 '#Koreanscrub'·'#Seshin' 조회수는 2년 새 300% 넘게 뛰었습니다. 외국인 비중이 최대 70%에 이르는 다이소 명동점에서는 때수건 매출이 지난해 하반기에만 30% 올랐습니다. 한국관광공사는 때밀이를 외국인 유치 전통 체험으로 내세웠고, 때수건을 기념품으로 사 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미용실도 목적지가 됐습니다. 18단계 두피 스파를 받는 영상이 틱톡에 넘치고, '외국인 친화 미용실'이 하나의 장르가 됐습니다. 해가 지면 한강에 앉아 편의점 라면을 끓여 먹습니다. 모두 한국인이 평일에 무심코 하는 일들입니다.
'럭셔리 코리아'가 아니라 '가성비 코리아'
변화는 지갑에서도 보입니다. 외국인 1인당 소비 총액과 결제 횟수는 크게 늘었지만, 한 번에 쓰는 금액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명품을 한 번에 쓸어 담는 대신 5,000원짜리를 여러 번 즐기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약한 원화가 만든 건 럭셔리한 한국이 아니라 가성비 좋은 한국이었습니다.
한국인이 시시하게 여기는 평일의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비행기를 타고 올 이유가 됩니다. 사상 첫 2,200만 명이 증명하는 건 결국 그것입니다.
- 출처 ↗ 한국경제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국제관광시장 전망' (방한객 2,200만 전망·환율·출국객)
- 출처 ↗ 아시아경제 — 방한관광 2,200만 전망의 변수 (대만·일본·누적 677만)
- 출처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 1인당 지출 변화 분석
- 출처 ↗ The Korea Herald — 외국인 사주 체험 현장 르포 (조이 번치·일본인 사례, 가격·예약)
- 출처 ↗ 여행을 말하다 — 국립공원 외국인 205만·서울하이킹위크 105.9%↑ (국립공원공단)
- 출처 ↗ 위키리크스한국 — 북한산 753만·외국인이 한국 산을 찾는 이유
- 출처 ↗ 한국경제 — 외국인 템플스테이 5만 5,515명·'템캉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 출처 ↗ CNN — 한국식 '세신'(때밀이)과 이태리타월 소개
- 출처 ↗ Asia News Network/The Korea Herald — 찜질방 외국인 급증·클룩 예약 11%↑·다이소 때수건 30%↑
- 출처 ↗ 농민신문 — 박물관 굿즈 '뮷즈'와 외국인 구매 증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 한국일보 — 개별 관광객 82.9%, 로컬 상권 쇼핑 전환 (링크 미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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