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Woody 에세이 | 2026.05.31 — 사전투표 23.5%, 역대 최고가 말하지 않는 것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 동안 1,049만 8,411명이 본투표를 사흘 앞두고 먼저 한 표를 던지면서, 6·3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2014년 사전투표 제도가 도입된 뒤 치러진 지방선거 가운데 가장 높은 23.51%로 마감됐다. 종전 최고였던 2022년 8회 지방선거의 20.62%를 2.89%포인트 넘어선 기록이다. 그런데 토요일 저녁, 여야는 같은 숫자를 받아들고도 정반대 표정을 지었다.
먼저 이 '역대 최고'라는 말의 테두리를 짚어 두어야 한다. 사전투표 도입 이후 모든 선거를 통틀어 가장 높았던 것은 2022년 20대 대선의 36.93%였으므로, 이번 기록은 어디까지나 지방선거 안에서의 최고다. 비교에는 함정도 하나 숨어 있다. 4년 전 8회 지선은 사전투표를 오후 8시까지 받았지만 이번에는 오후 6시에 문을 닫았는데, 두 시간 짧은 창구로 오히려 더 높은 참여를 끌어냈다는 사실은 단순한 수치 비교가 가려 버리는 무게가 따로 있음을 드러낸다.
지도를 펼치면 숫자의 표정이 또 한 번 달라진다. 전남이 38.95%로 가장 높고 전북 35.05%, 광주 27.83%가 뒤를 잇는 반면 가장 낮은 대구는 18.65%에 그쳐, 호남과 대구 사이에 20%포인트 넘는 간극이 그대로 재현됐다. 다만 결이 하나 다르다. 4년 전과 비교하면 대구의 사전투표율도 3.9%포인트 올랐는데, 쏠림은 여전하되 사전투표는 이제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진영이 함께 쥐는 동원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높은 사전투표율이 누구에게 유리한가라는 오래된 질문은, 이번엔 답이 한층 흐릿하다. 과거엔 사전투표 열기가 진보 진영의 결집과 자주 겹쳤지만, 제도가 정착하면서 유권자들이 투표일을 사흘로 인식하고 표를 분산하기 시작했고 60대·70대 고령층의 사전투표가 크게 늘어난 직전 지선이 그 변화를 또렷이 보여 줬다. 통로가 넓어질수록, 그곳을 지나는 표의 색깔은 옅어진다.
정작 이번 선거의 변수는 투표소에 일찍 온 사람들이 아니라,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서울 기준 미결정층이 2022년 약 6.5%에서 이번 12.5%로 거의 두 배가 된 탓에, 사전투표가 역대 최고를 찍었는데도 최종 투표율 전망은 53~55%선에 머물고 있다. 격전지는 늘었는데, 마음을 닫지 않은 유권자가 그만큼 많아졌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인 까닭에, 누군가는 이 선거를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또 누군가는 야당에 대한 평가로 부른다. 그러나 사전투표함에 담긴 1,049만 표는 그 두 해석 가운데 무엇도 아직 확정해 주지 않는다. 높은 참여는 관심의 크기일 뿐, 방향의 표지가 아니다. 이 숫자가 비로소 의미를 갖는 것은 수요일 밤 개표가 끝난 뒤일 터이고, 그때까지 사전투표율 23.51%는 한국 유권자가 여전히 정치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는 사실을 딱 거기까지만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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