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dy Magazine 일요일 ✈️ 여행 편 — 벚꽃은 갔다, 이제는 보리밭이다
지평선과 맞닿는 곳
벚꽃이 지고 나면 봄이 끝난 것 같지만, 사실 봄의 절반은 그다음부터다. 4월 중순이 지나야 비로소 절정을 맞는 풍경이 있다. 전북 고창 학원관광농장의 청보리밭이다.
어제(4월 18일) 막을 올린 제23회 고창 청보리밭 축제는 5월 10일까지 23일간 이어진다. 올해는 재배 면적이 기존 77만㎡에서 100만㎡(약 30만 평)으로 대폭 넓어졌다. 완만한 구릉을 따라 펼쳐지는 에메랄드빛 보리밭은, 능선을 타고 흐르는 특유의 입체감 덕분에 평지의 논밭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초록 물결이 그냥 지평선과 닿아버린다.
이 장소가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농업 때문만은 아니다. 드라마 〈도깨비〉의 오두막 촬영지, 〈백일의 낭군님〉, 그리고 최근 화제를 모은 〈폭싹 속았수다〉의 배경지로도 알려지면서 '보리밭 사잇길'을 걸어보려는 방문객이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제22회 때는 51만 명이 다녀갔다.
올해 새롭게 조성된 '보리밭 사잇길'은 단순히 밭 옆을 걷는 게 아니라, 보리 이삭 사이를 직접 통과하는 탐방로다. 바람 소리, 흙내음, 발밑 감촉이 달라진다. 유채꽃과 청보리가 함께 조성되어 있어 노란색과 초록색이 교차하는 색채 대비도 볼 만하다.
입장은 무료다. 주차비 1만 원이 부과되지만, 현장에서 즉시 고창사랑상품권 1만 원권으로 전액 환급해 준다. 축제장 안 먹거리 장터에서 바로 쓸 수 있으니 사실상 주차도 무료다. 인증샷 타이밍은 오전 10시 이전이나 오후 4시 이후, 특히 노을 무렵이 압도적으로 좋다고 알려져 있다. 절정 시기는 4월 22일부터 5월 2일 사이다.
2004년 전국 최초의 경관농업 축제로 출발한 이 행사는 올해로 23년째다. 경관농업이라는 개념 자체를 만들어낸 현장이기도 하다. 봄이 끝나기 전에, 한 번쯤은 가볼 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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