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DY MAGAZINE | 2026.04.01 | 인문학 편
보통 만우절을 그냥 거짓말하는 날로 안다. 하지만 이 날이 어디서 왔는지 따져보면, 꽤 묵직한 역사가 붙어 있다.
가장 유력한 기원은 1564년 프랑스다. 당시 유럽에서는 춘분(3월 25일)부터 4월 1일까지를 새해 축제 기간으로 여겼다. 그런데 프랑스 국왕 샤를 9세가 그레고리력을 채택하면서 새해 첫날을 1월 1일로 바꿔버렸다. 문제는 정보 전달이 턱없이 느렸다는 것. 변경 소식을 듣지 못한 사람들, 혹은 알면서도 고집스럽게 옛 전통을 지키던 사람들이 여전히 4월 1일에 새해 인사를 건넸다. 이들에게 엉뚱한 파티 초대장을 보내거나 가짜 선물을 전하며 속이는 풍습이 퍼졌고, 그렇게 ‘4월의 바보(April Fool)’가 탄생했다.
프랑스에서는 만우절에 속는 사람을 ‘푸아송 다브릴(Poisson d’avril)’, 즉 ‘4월의 고등어’라고 부른다. 4월에 고등어가 유독 잘 낚인다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흥미로운 건 고등어를 뜻하는 프랑스어 마크로(maquereau)에 ‘유괴하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다는 점이다. 속고 낚이는 날이라는 감각이 언어 속에 이미 새겨져 있었던 셈이다.
만우절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장난은 1957년 영국 BBC에서 나왔다. 시사 다큐 프로그램 파노라마(Panorama)가 스위스 티치노주 농가를 찾아가, 나무에서 스파게티 면을 수확하는 영상을 진지한 어조로 내보낸 것이다. “올해는 따뜻한 겨울 덕분에 스파게티 바구미가 사라져 풍작”이라는 해설까지 곁들였다. 당시 스파게티가 영국에서 흔한 식재료가 아니었던 탓에 시청자들은 곧이곧대로 믿었고, BBC에는 “스파게티 묘목을 어디서 구할 수 있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미국 ‘거짓말 박물관(Museum of Hoaxes)’이 선정한 역대 만우절 장난 1위다.
그런데 요즘은 만우절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AI 딥페이크가 일상화되고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의 경계가 무너진 시대에, 장난성 기사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카디프대 스튜어트 앨런 교수는 SNS 등장 이후 독자들이 기사의 날짜와 맥락을 떼어놓고 접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종이신문 시대에는 날짜만 봐도 농담인 줄 알았지만, 이제는 오래된 기사가 맥락 없이 공유된다. 장난이 장난으로 통하려면, 우리가 같은 맥락 안에 있다는 공감대가 먼저 필요하다.
- 「출처 ↗」 만우절 — 위키백과
- 「출처 ↗」 만우절 — 나무위키
- 「출처 ↗」 스파게티 나무와 얼음 사냥꾼 — 한국일보
- 「출처 ↗」 만우절 기사가 사라졌다 — 애틀랜타 중앙일보
- 「출처 ↗」 1957 BBC Spaghetti Harvest — Macau Daily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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