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 2026년 4월 22일
4월 22일(수) 종가 기준 · 미국 시장은 4월 21일(화) 종가 · 일부 미확인 수치는 각주 표기
"무기한 연장"은 표면적으로 긴장 완화처럼 보이지만, 구조를 보면 다르다. 종료 시점을 못 박지 않은 것은 트럼프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이란이 분열돼 있다는 진단 자체가 협상 레버리지다. 강경파 혁명수비대(IRGC)와 협상파 외교부 사이의 균열을 미국이 활용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마감 없는 협상"은 양날의 검이다. CNN은 "기한 제거가 이란의 시간 끌기를 허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봉쇄는 유지되고, 호르무즈는 여전히 막혀 있다. 유가가 즉각 하락하지 않는 이유도 이것이다. 종전이 아닌 정지(pause) — 시장은 그 차이를 안다.
유가가 119달러에서 88달러로 내려온 것은 전쟁이 완화됐기 때문이 아니다. 세계 각국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고, 사우디 서쪽 해안과 UAE 푸자이라 항구를 통한 우회 경로를 늘렸기 때문이다. IEA에 따르면 이 우회 공급량은 하루 720만 배럴로 늘었지만, 호르무즈 이전 수준(2,000만 배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에너지 충격의 진짜 무서움은 속도가 아니라 지속성에 있다. 합의가 나온다 해도 정유소 가동 정상화, 선박 보험 재개, 운송 경로 복원에는 수개월이 걸린다. 물가는 즉시 내려오지 않는다. 이것이 Fed가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이유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한다. 유가가 10달러 오를 때마다 연간 수입 비용이 약 7조원 이상 증가한다. 에너지 수입 급증이 경상수지를 압박하고, 원화 약세 → 수입물가 상승의 이중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워시가 말한 "새 프레임워크"의 윤곽은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핵심 신호는 이것이다. "인플레이션은 Fed의 선택"이라는 발언은, 과거 Fed가 공급 충격에 의한 인플레를 수동적으로 수용해온 관행에서 벗어나 더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선언처럼 읽힌다. 이것이 매파적이라면, 금리는 지금보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청문회 중 10년물 국채 금리는 4.29%로 뛰었다. 워시 인준이 완료되기도 전에, 그의 발언 하나가 이미 채권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그것이 차기 Fed 의장 지명의 힘이다.
미 국채 금리 상승은 한국 채권 금리에 상방 압력을 가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하더라도 미 금리 레벨이 높다면 원화 약세 우려로 선제적 움직임이 어렵다. 워시 체제의 "매파적 프레임워크"가 현실화될 경우, 한은의 금리 경로도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J.P.모건의 전망에서 주목할 것은 "인하"가 아닌 "인상" 가능성 언급이다. 2025년 말까지 시장이 기대했던 1~2차례 금리 인하 시나리오는 이란 전쟁으로 완전히 지워졌다. Fed는 지금 인플레와 고용이라는 두 개의 목표 사이에서 어느 쪽도 명확하게 좋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이 상황의 역설은 이렇다. 전쟁은 에너지 비용을 올려 소비를 위축시키지만, 동시에 에너지 인플레를 자극해 금리 인하를 막는다. 성장을 해치면서도 금리는 내릴 수 없는 구조 — 스태그플레이션의 냄새다.
Fed 동결이 장기화될수록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여지가 좁아진다. 원화 약세 압박이 커지고, 외국인 자본 유입의 이자 매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도체 호조로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실물경제의 금리 부담은 별개다.
코스피 신고가의 역설은 이것이다. 이란 전쟁은 한국에 에너지 충격을 줬지만, 동시에 AI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웠다. 데이터센터 냉각과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함께 뛰었고, 반도체가 수출의 핵심인 한국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개인투자자(개미)는 이 장에서 약 1.92조원을 매도했다. 올랐을 때 팔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사는 시장에서 개인이 먼저 나가는 흐름은, 이 랠리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초기 단계임을 시사한다.
삼성의 HBM4 공개 타이밍은 의도적이다. SK하이닉스의 분기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제품을 공개해 시장의 관심을 분산하고, 엔비디아를 비롯한 고객사에게 '대안 공급자'가 준비됐다는 신호를 보내는 전략이다.
HBM 시장에서 삼성의 지위는 아직 2인자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HBM의 최대 공급자로 이미 계약을 선점한 상태다. 삼성이 HBM4로 게임 체인저가 되려면 품질 검증과 수율 안정화가 선행돼야 한다. 발표는 시작이지, 시장 점유율이 아니다.
이 판정은 이란 전쟁이 만들어낸 또 다른 경제 지형의 결과물이다. 중국은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비용이 오르자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철강 등 제조 제품의 저가 수출을 가속했다. 한국 철강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반덤핑 조사는 그 방어 반응이다.
이 흐름의 구조적 함의는 더 길다. 미국의 대중 관세 전쟁이 중국산 저가품을 한국·동남아 시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한국이 보호무역 방어선을 세우기 시작했다는 것은, 글로벌 무역 분절화가 한국에도 현실 정책이 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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